정시퇴근 함께 할까요? (펌)

정시퇴근 함께 할까요? (펌)

샤이닝 14 4,185
양요나
www.yonas.co.kr 대표
디자이너, 철학자, 작가, 정치가, 교수, 정보생산자
 
 정시퇴근(定時退勤)은 일정한 시간 또는 시기에 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간다는 뜻이다. 아침 8시 30분, 9시, 10시까지 출근해서 8시간에서 9시간을 일터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정시퇴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당연하지만, 정시퇴근 하는 직장인들을 보기 어렵다. 디자이너도 별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냥 직장인일 뿐이다.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정시퇴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맞지 않다. 퇴근할 때쯤 작업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 대해 욕을 할 필요도 없다. 밖에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는 사장을 씹을 필요도 없다. 정시퇴근을 못하게 만드는 다른 사람들을 고치려 들어서는 정시퇴근을 할 수 없다. 우리의 목표는 정시퇴근일 뿐이다.
 
 

정시(定時)
퇴근 시간은 6시. 6시 30분. 7시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8시, 9시가 퇴근 시간으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회사는 없다. 회사는 직원들로부터 최대한의 노동력을 뽑아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런 회사에서 퇴근시간을 8시, 9시로 하지 않고 6시, 7시로 하는 이유는 그때쯤 일정하게 퇴근을 해야 다음날 또다시 최대한의 노동력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퇴근 시간을 정해두는 이유는 직원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시에 퇴근을 하지 못한다. 회사라는 효율적인 시스템은 정시퇴근을 요구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불합리한 존재들이 정시퇴근을 막고 있다.

일정한 시간이라는 의미는 인간에게 아주 크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일정한 시간에 배변을 보고, 일정한 시간에 밥을 먹고, 일정한 시간 운동을 하고, 일정한 시간 일을 하고, 일정한 시간 집으로 돌아오고, 일정한 일정에 잠이 들고, 일정한 시간 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다.

일정한 시간에 퇴근하지 못하면, 일정한 시간에 잠이 들지 못한다. 정시(定時)의 定은 ‘안정된’ 느낌을 뜻한다. 일정한 시간이란 바로 사람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해 놓은 시간이다. 6시에 퇴근을 하지 못하면 그때부터 디자이너는 지쳐가기 시작한다. 8시간을 일하고 나면 사람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 안정을 취하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 바로 정시퇴근 이다.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면 안정은 깨어지고 디자이너는 불안하다. 불안하게 앉아 있다가, 작업을 하다가 집으로 가서 안정된 잠을 잘 수 없다. 퇴근시간을 정하는 이유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휴식인 잠에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잠을 자지 못하면 다음 날 일어나도 잠을 잔 것 같지 않다. 디자이너는 또다시 불안해진다. 불안한 아침을 시작한다. 매일 정시가 다가오면 퇴근하기 위해 눈치를 본다. 하지만, 퇴근하지 못한다. 6시, 7시라는 퇴근시간은 매일 찾아오지만, 그 시간에 퇴근을 하지 못하면 매일 불안해지고, 다음날도 불안해진다. 디자이너의 몸과 마음이 불안감으로 힘들어 한다.

디자이너는 상상을 현실(정보, 이미지)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정확한 상상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사실을 회사의 높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정시에 퇴근 시키기 않는 이유는 디자이너보다 높은 사람이 디자이너의 시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이다. 디자이너가 생각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만 기술을 가진 직원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생각을 못하게 만들더라도 쥐고 흔들고 싶어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상상하는 사람이다. 일정하게 안정된 시간에 退勤(노동으로부터 떠남)하지 않으면, 상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높은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정시퇴근을 하지 못하는 날들이 지속되면서, 조금이라도 일찍 나가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눈치가 발달된다. 눈치는 ‘남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태도를 알아차리는 힘’이다. 디자이너의 상상은 ‘나’의 안에서 이루어진다. 남의 마음을 읽고 있으면 상상은 생산될 수 없다. 눈치는 약삭빠른 사람을 만들어내고, 상상은 사람을 움직이는 정보를 만들어낸다.

상상을 만들어내는 생각(生覺)은 ‘生 자궁 안에 아이를 배고 키워내어 낳은 일과 같은 과정을 통한 覺 깨달음’이다. 생각은 안정되고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게는 규칙적인 생활이 아주 중요하다. 회사에 메어있는 디자이너의 규칙적인 생활은 출근과 퇴근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시퇴근을 흔들어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떨어뜨리고, 이를 통해 디자이너를 무시하고, 정시퇴근이 아닌 퇴직을 시켜버린다. 디자이너가 정시퇴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올바른 정보(이미지)’ 를 생산해내기 위해서 이다.

디자이너는 소심하다. 눈치 본다. 상상력이 없다. 그래서 정시퇴근을 하지 못한다. 자신이 떳떳하다면 정시퇴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명이나 “나는 상상을 하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래서 정시퇴근이 당연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정시퇴근을 해야 한다고 꾸준히 말은 하지만, 눈치만 더 늘어가고 생각은 없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꾸준히 보고 있다. 그렇다고 상상력을 키운 후에 정시퇴근을 해야 하는가? 그건 말도 안 된다. 정시퇴근을 해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조건이 만들어진다.

지금 내가 상상력을 가진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앞으로 안정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용기를 내어 정시퇴근 해야 한다. 정시퇴근해서 멍하니 소일하거나 술 먹고 노는 데에 정신을 팔린다면 그냥 일하는 편이 낫다. 상상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정시에 퇴근해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들을 먼저 해야 한다. 어머니를 위해 상상만 하던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아버지를 위해 약술을 담궈 놓고, 애인을 위해 정성스럽게 몇 송이의 꽃을 사고, 아이들을 다정하게 오래도록 안아준다.
이와 같은 안정된 일상은 일정한 시간에 노동으로부터 벗어나야만 가능하다. 버스에 할머니가 오르면 정시퇴근한 사람이 벌떡 일어설 가능성이 더 크다. 사람들은 할머니가 오르면 일어서야 한다고 상상하지만 현실로 만들지 못한다. 디자이너의 상상력은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느끼게 한다.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일들이 반복되면, 그 힘이 이미지 안에 스며들게 된다.

정시퇴근이 안 되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 대고 설명하고 어떻게 바꿔야 될지를 이야기할 때는 지났다. 부딪쳐야 한다. 정시퇴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습관과 부딪쳐야 한다. 어떻게 부딪치느냐? 정시퇴근 해야 한다. 그렇다고 혼자 무턱대고 하면 안 된다. 디자이너 전부다. 한꺼번에 정시 퇴근 해야 한다. 그리고 불이익이 돌아오면 전부다 한꺼번에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디자이너가 하나가 되려면 어차피 한번쯤은 같은 생각으로 움직이고, 같은 고통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디자이너라는 가족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면, 언제 정시퇴근 함께 할까요? 머리로 생각하고 계십시오. 때가 올 것입니다.
 
 
정글에서 퍼왔는데 '무단 재배포 금지'인거 잘알고 있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심 감사할께요^^ 

Comments

★쑤바™★
칼퇴근...좋지 좋아.ㅋㅋㅋ 
시실리안
별도의 야근수당이 안나와도 야근을 하시련지.. OTL... 
찰리신^.^~
예전에는 밤을 무지하게 샛는데 인간의 약함을 알고 지금은 되도록이면 정시퇴근하려고,ㅋ 
KENWOOD
동감님,,,,잘아시네,,,emoticon_113
샤이닝님,,,정말,,,하고싶당께롱,,,돈이,,,emoticon_101 
동감
저도 예전에 눈치를 봤는데 지금 일없으면 바로 퇴근합니다. 첨에 멀뚱멀뚱 하게 쳐다보더니
지금은 당연하다는듯 받아들임 역시 길들이기(?) 나름인듯 
샤이닝
우드님.....염장모드....ㅋ ㅋ^^ 
KENWOOD
긍까,,,야근시켜달라니깐,,, 
됫거든? -♪
나으 때는 언제냐고....... 
샤이닝
마지막에....."때가 올 것입니다"라고 했는데....명랑님은
때을 만나셨꾼요...ㅋ ㅋ^^ 
명랑!
'디자이너가 생각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만 기술을 가진 직원으로 여기고 있다.' ....

울 회사 상당히 까칠한 한 여직원, '이렇게 이렇게 해라'라고 지시하면
자존심 있어 약간 다르게 하면서, 그냥 알아서 하라고 시키고 나중에
'이렇게 저렇게 고쳐라'하면, '왜 처음부터 이러 저러라고 할것이지'라고 불평.
결국, 자긴 '오퍼레이터'임을 스스로 밝히는 꼴.

위에서 언급한 '생각을 통해 생산, 창조 해 내는 사람'이 아닌
오퍼레이터로 사는 디자이너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 되네요.

그리고, '어떤 권위 때문에 정시퇴근을 막는다'는것 보다는
"땡"하면 퇴근하는것은 조금은 고용주에 대해 '야박하다'고 생각하는
유교문화의 심리적 행동이 아닐지... 그리고 바쁜 일이고, 시간에 쫓겨서 스스로
연장근무를 하게 되는것이 아닐까요?
늘 해야할 일이 넘쳐있는 곳에서는 9시에 퇴근하면서도
허락받고 가던 과거가 생각나네요.^^;;

지금있는 회사는 퇴근시간 전에도 할 일 없는 날엔
조기 퇴근 해 버리는...ㅋ~~ emoticon_001 
농땡이쥬신~ㅋ
프린터 한부해서 사장 책상앞에 놔둬고 싶내요..정시퇴근 
샤이닝
'눈치'라는 정의가 넘 맘에 들어요....ㅋㅋ^^ 
KENWOOD
언제,,,야근해서,,,돈버나,,,emoticon_001 
됫거든? -♪
조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할라했는데, 할데가 엄눼.. 
Banner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